자! 떠나보자~2014. 11. 11. 22:41

수로 위 걸으며 마음 힐링 약수 물 마시고 몸도 힐링



남에서 북까지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우리네 삶의 모습은 바다를 사이에 둔 것처럼 판이하게 달랐다. 가을이면 남쪽에선 지평선 위로 끝도 없이 황금물결이 일렁이며 벼 익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북쪽 두메산골에서는 깎아지른 땅이 아닌 평평한 땅을 구경하는 건 왕의 행차를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내 손으로 길러낸 벼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맛보는 건 꿈같은 일이었다.



내린천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는 약수숲길.

쌀에 대한 열망이 수로를 만들었네

인제는 벼 한포기 길러낼 수 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여느 산간 지방처럼 옥수수나 감자와 같은 구황작물이 밥 대신 상에 오르는 날이 많았고 쌀 한번 배불리 먹어보는 건 인제 주민의 기나긴 바람이자 한이었다.

1968년, 인제에도 경제 부흥의 새바람을 타고 시멘트가 공급됐고, 인제 주민은 쌀농사를 지어보자는 일념으로 수로를 만들었다. 인제군이 고향인 전정금 숲해설가는 "어릴 때는 감자, 옥수수, 납작보리가 주식이었어요. 그러다 이 수로가 만들어지자 수로 하나로 마을 전체가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가면 망가진 수로를 수없이 복구해야 했지만 주민은 바위를 깨서 수로를 만들만큼 수로는 없어서는 안될 재산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옛날을 회상했다.



3구간은 온전히 보전된 수로를 따라 걷는다.



수로였던 곳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자.

수로가 생기자 먼 데서 물을 끌어와 논에 물을 댈 수 있게 됐다. 인제에 쌀농사가 시작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수로의 영향으로 인제에는 지금도 다른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보기 드문 논이 꽤 넓게 펼쳐져 있다. 인제 군민의 젖줄이었던 수로는 90년대 후반 펌프가 보급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춘다. 현재도 이 펌프에서 길러낸 물을 통해 논농사를 짓고 있다. 너른 논에서 익어가는 벼는 지난 날 인제 주민의 쌀농사에 대한 열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알곡을 살찌우고 있었다.



내린천을 내려다보며 걷는 묘미가 있다.

한동안 잊혔던 수로는 인제군의 4대 약수를 거점으로 다시 빛을 발한다. 약수숲길이 조성된 것이다. 이 길은 인제군, 홍천군, 양양군을 잇는 구간으로 총 45km에 달한다. 이른바 둔가리 약수숲길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는 강원도의 이름난 약수와 3둔 4가리를 잇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연로한 부모님과 함께 걷기 좋은 길


인제는 어느 곳에 있는 계곡물이든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고 한다. 계곡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열목어가 산다. 도룡뇽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인제 전역의 계곡물이 이렇게 깨끗한데 약수는 말 그대로 약이 되는 물이리라.



지난 날 물길이 흘렀던 곳이다.

2011년 1월13일 천연기념물 제 531호로 지정된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의 개인약수는 해발 108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약수다. 이 약수는 1891년 함경북도 포수 출신인 지덕삼이란 사람이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사냥 나왔던 그는 강원도 산골 깊숙한 곳까지 노루나 멧돼지를 따라서 들어왔다 약수를 발견했던 것 같다. 톡 쏘는 탄산에 철 맛이 곁들여진 약수가 오늘날까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그때 그는 짐작이나 했을까.



상류에서 떠밀려온 돌이 닳아서 둥글해졌다.

약수는 철 성분이 섞여 있어 물맛이 독특하다. 비릿한 맛과 톡 쏘는 탄산이 합쳐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벌컥벌컥 마시기에 수월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효능을 듣는 순간 물맛이 달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약수는 위장병과 당뇨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 당뇨로 고생하시는 아버님과 나이가 들어서 소화 능력이 약해진 어머님이 있다면 이 길을 함께 걷는 게 좋겠다. 숲길을 걸으면 다리에 힘도 생기고 위장 기능도 강화된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개인약수에 도착해 물 한 모금 마시면 숨어있던 병도 사라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밑져야 본전이니 속는 셈치고 약수 마시러 가보자.

인제의 살아있는 역사, 서바수길

인제군 현리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는 서바수길은 하남리 미기교까지 연결되는 약 16km 거리다. 여기에서 주민 삶의 굴곡이 오롯이 담겨있는 옛 수로를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수로의 대부분이 유실돼 물이 지났던 흔적만 간직하고 있다. 내린천을 내려다보며 걸으면 길 왼쪽으로 초록색 이끼와 덤불 사이에 옛 수로가 보인다. 약수숲길은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주민의 삶의 궤적을 따라 만들었다. 아직 많은 사람에게 소문이 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이 좁은 오솔길을 걷는 구간도 있다.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며 팔 벌리고 수로 위를 걷는다.

전정금 숲해설가는 "이 길은 단풍이 노랑, 빨강으로 물들어 가을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단풍터널이 만들어지는데 나무를 과도하게 자르지 않고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만 최소한으로 다듬었어요"라며 숲의 보존 상태를 설명했다.

곳곳에는 야생 호두나무인 가래나무가 보인다. 인제 주민은 예부터 이 가래나무 열매를 이용해 기름을 짰다. 열매에서 나온 기름이 위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지역 주민에게 귀한 나무다. 가래나무에서 수액을 얻기도 하고, 껍질을 말려서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기 펌프가 수로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다.

연인과 아름다운 수로 위를 걷는 특별한 코스, 3구간 미산동길

인제 사람들은 강변을 휘둘러 나가는 길은 안 좋은 길이라 여겼다. 약수숲길 건너편의 도로 자리다. 반대로 산을 감싸고 있는 흙길은 명당이었다. 그러고 보니 약수숲길은 흙길 위주로 나있다. 3구간은 미기교에서 개인약수교까지 이어지는 12km 길이다. 왕성교에서부터는 숲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지만 붉은 칡꽃과 만나고 인제 특산물인 돌배도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돌배는 야산에 자생하는 자연산으로 거칠고 신맛이 강해 신배라고도 불린다. 걷는 걸음걸음 마다 돌배가 놓여있어 한 움큼 주웠다. 맛이 좋다는 숲 해설가의 말에 마침 목이 타던 참인데 잘됐다 싶었다.



시큼하고 떫은 돌배.

코에 갖다 대니 냄새가 향긋하다. 배처럼 달달하고 시원한 과즙이 흘러내릴 상상을 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상상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떫고 신맛이 강해 씹을 수조차 없다. 단단하고 못생긴 외관을 보고 눈치 챘어야 했는데 향기에 눈이 멀었었나 보다. 그래도 과일주를 담가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란다. 태풍이 지나가 돌배가 우수수 떨어진 자리에 앉아 돌배를 주워왔다.

급류가 휘몰아치는 내린천을 내려다보며 송계교에 다다랐다. 송계교부터 후평교까지는 온전하게 보전된 수로 위를 걸을 수도 있고 차 소리가 아닌 새와 물,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구간이다.



왕성교에서 송계교가는 구간은 차 소리 대신 바람 소리,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로 옆으로 걷기도 하고 수로 위로 균형을 잡으며 걷기도 하면서 친구와 장난치며 걷던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길이 없는 일부 구간은 수로 위로 나무 데크가 놓여 있다. 전체 수로를 나무판자로 덮어놓으면 햇볕이 닿지 않아 물이 차가워진다고 한다. 차가운 물은 농작물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여기에도 최소한의 나무판자를 사용했다. 때로는 물 위로 뱀이나 고슴도치가 떠다니는 구경(?)을 할 수 있다고. 온전하게 보존된 수로를 걷는 경험은 흔치 않으니 수로 길을 걷고 싶다면 3구간 미산동길을 다녀가는 건 어떨까.



서바수숲길은 옛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수로 길을 따라 주민은 읍내를 간다.

INFO

3둔 4가리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 의하면 조선에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고 물, 불, 바람 또는 흉년, 전염병, 전쟁이 들어서지 못하는 좋은 땅이 있었다. 그 중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 부근의 3둔 4가리가 난리는 피하고 숨어 살만한 곳으로 언급하고 있다. 3둔이란 산골짜기의 농사짓기 좋은 펑퍼짐하고 넓은 산기슭을 말하며, 방태산 남쪽의 내린천 상류지역인 홍천군 내면의 살둔(생둔), 월둔, 달둔을 일컫는다.

가리란 계곡의 산비탈에 붙은 받뙈기로 농사라도 지을만한 땅을 말하며, 방태산의 북쪽인 인제군 기린면의 적가리(곁가리), 아침가리(조경동), 연가리, 명지가리를 일컬어 4가리라고 한다.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hyo@outdoornews.co.kr

Posted by 탑스미네랄
건강 스페셜2014. 11. 11. 22:27

‘애물단지’ 허리둘레 줄이는 9가지 방법




 

허리와 배꼽 주위를 둘러싼 지방은 건강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 지방은 신체의 주요 장기 주위에 축적되기 때문에 고혈압, 심장 질환, 치매, 당뇨병, 그리고 특정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나날이 늘어나는 허리둘레는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건강사이트 위키하우가 ‘허리 둘레를 줄이는 방법 9가지’에 대해 소개했다. 

실천이 어려워? 그래도 음식을 가리자 = 지방이 낮으면서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생선, 닭고기, 통 곡물, 유제품 등을 자주 먹으면 더 많은 에너지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평소 먹는 식단에서 지방과 설탕, 소금, 가공식품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100칼로리만 덜 먹자 = 1년에 5.4kg만 감량하겠다는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보자. 이를 위해 빵이나 파이 등의 과자류. 튀김, 설탕이 든 음식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 단백질의 아침 식사를 = 하루에 효율적으로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달걀 1~2개 등이 포함된 고단백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신진 대사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줘 식욕을 억제한다. 

건강한 간식을 먹자 = 다이어트를 한다고 배고픔을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식사 중간에 건강한 간식을 즐기면 오히려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 효율적으로 칼로리를 태울 수 있도록 신진 대사를 빠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간식으로는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가 권장된다. 

근육 운동이 필요 = 몸의 근육은 효율적으로 지방을 태울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체력 훈련을 하고나면 신진 대사가 강화되고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집안에서 하는 간단한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도 근육을 만들고 허리둘레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와 달리기 병행 = 허리둘레를 줄이는 데는 인터벌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일주일에 2~4회, 30~60분 정도 달리기나 빠르게 걷기를 해보자. 30분 동안 집중적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병행하는 인터벌 운동은 허리둘레를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 해소 = 적절한 휴식과 스트레스 대처법도 필요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허리와 배 부분에 지방이 쌓이게 한다. 정크 푸드 등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달래기보다는 신경을 진정시킬 수 있는 요가나 명상이 권장된다. 

7~8시간 수면 = 잠이 모자라면 식욕을 증가시켜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 식욕 호르몬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일 7~8시간 정도 적정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게 좋다. 

일상생활에서 몸을 움직이자 = 굳이 헬스클럽에 갈 필요가 없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사무실이나 집안에서 서서 있는 시간을 늘려보자. 퇴근 후 산책, 자전거타기, 댄스 등도 물론 큰 도움이 된다. 


Posted by 탑스미네랄
공예 & 인테리어2014. 11. 11. 20:44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한국적 색채를 더한 젊은 목공예 작가의 작품
젊은 목공예 작가의 ‘아트 퍼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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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주름처럼 결과 나이테가 드러난 책상, 오랜 시간 함께해 손때 묻은 의자…. 목가구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준다. 최근에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MDF 박스나 중후한 고가구 대신,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조지 나카시마’를 꿈꾸는 3인의 젊은 목공예 작가를 만났다.
가구 하나에도 공간과 디자인을 고려하는 시대, 작가의 개성이 드러난 수제 가구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 친환경, 그린 럭셔리 등이 이슈가 되면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것은 목공예. 지난해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조지 나카시마의 작품이 국내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4월 열린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는 약속이나 한 듯 나무 소재의 가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제 목가구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박종선 작가의 작품은 2010 바젤 아트 페어에서 외국 컬렉터의 높은 관심을 끌었고, 내촌 목공소 이정섭 작가의 작품은 완성되기가 무섭게 판매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목가구라고 하면 저렴한 원목 가구나 중후한 멋이 있는 고가구가 떠오르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다르다.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에 한국적인 선을 더해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같은 현대의 주거 공간에 놓아도 훌륭한 하모니를 이룬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한국적 목공예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들을 소개한다.

(왼쪽) 2011 마이애미/ 바젤에 출품한 책상, ‘스팀 18’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곡선의 미학
배세화 작가
 올해 서른둘인 배세화 작가는 고3 수험생과 다름없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일산 성재공단작업실에서 하루 10시간씩 나무와 씨름 한다. 장맛비가 퍼붓던 7월 초에도 그는 아침부터 작업실에 나와 있었다. 한쪽에 켜켜이 쌓인 호두나무 목재, 벽에 걸린 공구, 바닥에 가득한 나무 가루가 인상적인 공간이다. “장마철이 작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할 일이 많아 손을 놓을 수 없다.” 캡슐 커피를 건네며 배 작가가 말한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작가 중 한 명이다. 오는 9월에는 런던 크리스티가 운영하는 갤러리 ‘헌치 오브 벤션Haunch of Vension’, 내년에는 뉴욕 R20 센추리 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벌써부터 그의 신작을 구입하겠다는 문의가 빗발친다. 2010 디자인 마이애미, 2011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 등에서 작품을 인정받은 결과다.

배 작가가 2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가구 디자이너로 떠오른 것은 예술성을 겸한 독보적인 디자인 덕분이다. 그는 단면이 1×1cm인 긴 나무 막대를 촘촘히 이어 붙이는 ‘스팀 벤딩steam bending’ 기법으로 가구를 만드는데, 의자에 앉는 부분이나 등받이 부분을 둥글게 휘어 곡선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을 처음 대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큰 나무 목재를 통째로 사용했다고 착각한다. 배세화의 작품에서 해외 컬렉터는 과하지 않고 절제된 동양적인 선에 깊은 인상을 받고, 국내 미술 애호가들은 모던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받는다.

‘스팀’ 시리즈는 배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1인용 의자, 긴 벤치 등 유기적인 곡선을 강조해 만든 다양한 의자들이 있다. “스티머에 목재를 넣고 1시간 정도 열을 가한 뒤, 충분히 습기가 차면 재빨리 구부려 곡선을 만든다. 10~15초면 나무가 식어 금세 굳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된 테크닉이 필요하다. 딱히 맡길 곳이 없어 모든 작품은 직접 만든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한달 반에서 두 달 정도 걸리는 이유가 그 때문. 1년에 10점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너무 많이 만들면 작업이 재미없어진다.” 배 작가의 설명이다.

‘스팀’ 시리즈를 처음 구상한 것은 대학원 시절. 작가는 “부피감이 큰 나무 가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차츰 곡선과 직선을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금의 디자인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나무를 택한 이유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소재이기 때문. “스틸이나 플라스틱은 가공물이지만, 나무는 소재 자체가 자연 그대로다. 자연이 만든 재료를 인간이 디자인하는 작업이 흥미롭다.” 

배 작가는 아직도 만들고 싶은 가구가 무궁무진하다. 책상, 책장, 침대 등 다양한 ‘배세화식 가구’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는 충분하게 하나의 작업을 끝낸 뒤 자연스레 다른 가구로 전환할 거라고 말한다. 지난 바젤 아트 페어에 출품한 ‘스팀 18’은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던 작품. 언뜻보면 3단 서랍장이 달린 단순한 책상이지만, 옆 모서리에서 앞면까지 목재를 곡선으로 구부려 만든 디자인이 압도적이다. 세계 무대로 비상을 앞둔 그는 어떤 작가로 불리길 원할까? “행복한 작가, 진심으로 작업을 즐기는 작가로 기억되길 바란다. 나무 만지는 일이 정말 재미있으니까!”

배세화 작가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6년 경기 가구우수디자인공모전 우수상, 2008년 아사히가와 국제가구디자인공모전 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서미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은 뒤, 디자인 마이애미,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에 참여해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오디오와 나무가 만났을 때
유광수・박수진 작가
 목공예 작가의 작업실은 둘러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목공예 작가 유광수 씨가 운영하는 홍대 작업실 ‘수와 크래프트Soowa Craft’도 마찬가지다. 합판을 잘라 만든 화장실 문과 싱크대, 충전기 선을 담은 나무 케이스…. 직접 만든 흥미로운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득하다. 홍익대학교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유광수 작가는 목공예 작가로 활동한 지 올해로 8년째다. 그의 가구는 심플한 디자인에 유머와 위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언뜻 평범한 가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재미난 요소를 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각 작품마다 흥미로운 디자인 장치가 눈에 띈다. ‘칸khan’ 시리즈는 가늘고 긴 각목을 격자로 쌓아 만든 소파로 언뜻 벌집 같다. 태엽을 감으면 앞으로 나가는 의자, 서랍장을 LED 소재로 만든 뒤 손톱만 한 전구 수십 개를 압정처럼 꽂아 원하는 글자를 연출하는 작품도 있다. 가장 반응이 좋은 가구는 ‘사운드 라이팅 데스크Sound Writing Desk’. 나무 책상에 오디오 기기를 장착해 1950~1960년대 대형 장전축을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컴파운드 보디-05’는 진공관 오디오 장인 서병익 씨와 컬래버레이션해 완성한 것으로, 상단에 스피커, 하단에 오디오 플레이어를 장착한 나무 책장이다. “가구는 생활 속에서 사람과 상호 관계를 맺을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가구 어느 한 부분에 사람들과 재미있게 호흡할 수 있는, 디자인 포인트를 넣고자 노력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유광수 작가와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박수진 씨 역시 젊은 여성 목공예 작가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회사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업무를 담당해오다 대학원에 들어가 가구 디자인을 시작했다. 나무를 만진 지는 올해 5년째지만, 오랜 시간 인테리어를 공부한 덕분에 공간까지 고려해 가구 디자인을 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나무 자체가 매우 무겁고 손에 가시가 박히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회상한다. 박 작가는 주로 관념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미러’는 속이 텅 빈 나무 액자 프레임을 가운데 두고 머리를 맞댄 채 기울어진 스탠드 조명. ‘미러 2’는 빈 나무 액자를 중심으로 맞닿은 두 개의 테이블 로 자꾸 바라보고 사유하게 된다.

두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유머와 위트. 가구란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것인 만큼 새롭고 유쾌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여러 재료 가운데 나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유 작가와 박 작가는 각기 말한다. “나무에는 ‘표정’이 있다. 일단 켜봐야 어떤 무늬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작품을 만들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그 다양한 결을 조화롭게 맞추는 일이 어렵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 또 목공예다.” “나무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정서’가 좋다. 한번 작업해본 사람은 쉽게 뿌리치기 힘들다. 도면만 디자인하고 제작은 공장에 맡기라는 이들도 있지만, 우린 모든 제작에 참여하는 것만이 나무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길이라 믿는다.”

(오른쪽) 태엽을 감으면 앞으로 움직이는 재미있는 의자. 

유광수 작가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8년 한국 국제가구 및 인테리어산업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베를린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해 주목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한 박수진 작가와 최근 가구 브랜드 ‘수와 크래프트’를 만들었다. 홈페이지(www.yukwangsoo.com)에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선 목가구의 현대적 해석
진홍범 작가
 진홍범 작가는 건축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부동산 관련 일을 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을 한옥에서 보낸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고건축에 심취해 전 통가옥을 탐구하고 고민해왔다. 20대에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다니며 전국의 유명 사찰과 건물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부석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새벽 예불을 듣고 나와 마주한 하늘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한국적인 정서들이 전통 가구를 만드는 데 은연중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던 진 작가가 나무를 만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도. “당시 DIY 가구 제작이 붐을 이루면서 가구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는 공원이 아니면 나무를 보고 만질 일이 거의 없지 않나. 나무를 만질 때 느낌이 참 좋았다. 마음이 지칠 때면 손바닥으로 결을 훔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목공예에는 배경 지식도, 기술도 없던 그는 그때부터 독학으로 깨우쳤다. 도서관과 인터넷 카페 자료를 뒤지며 나무 결구법과 마감법 등을 학습했다. 어느 정도 기본기를 익힌 후 작가로서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만난 ‘스승’이 유리화 작가 조규석이다. “선생께 나무로 만든 액자를 선물했더니, 그 안에 멋진 유리화를 넣어 다시 주시더라. 근사한 작품으로 거듭나는 액자를 보고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진홍범 작가는 한국 전통가옥과 생활양식에서 그 답을 찾았다. 최대한 꾸밈을 절제하며 전통미가 담긴 디자인을 연구했다. 전통 창호에서 영감을 받아 책상 다리에 목재를 이어 붙였으며, 의자 다리를 낮게 제작해 좌식 문화를 표현했다. ‘플로어 체어Floor Chair’는 일반 의자보다 훨씬 깊어 바닥에 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선 목가구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해버리는 현실이 됐지만, 한국 고유의 정서와 품격이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나무에 수축・팽창으로 인한 골조 형식의 구조미가 있는데, 면 분할을 통해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조선 목가구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국산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 작가는 목재를 찾아 직접 길을 나섰다. 파주 작업실 근처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길을 내느라 쓰러진 나무가 많았다. “지나가다가 괜찮은 나무가 쓰러져 있으면 탐이 나 가져오곤 했다. 자잘한 재목부터 큰 재목까지 모든 것은 가구의 주제가 된다. 참죽나무, 느티나무 등을 주워 공방에서 말렸고, 톱으로 일일이 잘라봤다. 시간도 들고 몸도 고달팠지만, 몸으로 부딪히면서 나무를 알아갔다.” 우리나라 목재 중에는 느티나무를 제일로 치는데, 부드럽고 잔잔한 무늬가 한국인의 정서와도 잘 맞는다. 최근에는 백참나무(화이트 오크)를 주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대나무를 오래 두고 사용하면 그와 유사한 색이 난단다.


(왼쪽) 프레임 중앙에 유리를 끼워 마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
(오른쪽) 등받이를 최소한으로 살려 디자인한 의자, ‘Lee-chair’ 


그의 가구를 찾는 사람들은 중년 고객, 특히 생의 마지막 가구를 구입하려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진 작가는 그들의 남은 삶을 함께할 수 있는 가구, 그들이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가구를 디자인하고자 한다. “가구 디자인의 기본은 ‘배려’다. 아름다움은 쓰임을 만들지 못하지만, 쓰임은 아름다움을 만든다. 목공예는 쓰임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작업인 만큼, 사용하는 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 광화문, 숭례문이 한국의 유산이듯 가구는 가족의 역사이자, 추억이다. 그런 마음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목재를 다듬고, 작업에 힘을 쏟는다.” 

진홍범 작가는 조선 목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목공예 작가다. 2009년 파주 헤이리 유리재 갤러리, 2009년 공평 갤러리 개인전은 물론, 지난 4월 경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작가로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파주 헤이리 근처 작업실은 물론, 홈페이지 (www.jinhongbum.co.kr)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Posted by 탑스미네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