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초원위의 집2014. 11. 11. 14:06

 [집념인생] 통나무집 짓기 20년째 김명석씨



▶ 김명석 한울통나무학교장이 통나무집 짓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조문규 기자

▶ 수공식 통나무집

▶ 기계식 통나무집

 영천에서 포항 방향으로 달리다가 시티재를 넘으면 도로 왼쪽에 하강초등학교(경주시 안강읍 하곡리)가 보인다. 지금은 폐교가 된 교문에는 대신 '한울통나무학교'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통나무꾼' 김명석(43)씨의 보금자리다. 이름에 걸맞게 교정에는 여러 모양의 통나무집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재떨이 하나까지 '작품' 수준의 통나무 제품일 정도로 통나무와 나무 부스러기들이 발에 채이는 곳이다.


10여명의 학생들은 뙤약볕에도 불구, 저마다 구조물에 매달린 채 김씨의 강의를 들으며 조립작업에 열심이다.

"일단 우리 학교에 들어오면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떠나 동지애로 뭉쳐집니다".

한울통나무학교의 교장인 김씨는 "나무를 만지는 사람은 모두 순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장의 통나무집 사랑은 올해로 20년째. 포항시 기계면이 고향인 김씨는 고교때부터 울산으로 가 울산공대를 졸업한 뒤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영업직이었지만 적극적인 성격 탓으로 현장근로자와 함께 노조 설립 활동에 참가했다. 노동운동 자체가 불온시되던 때였다. 하루 걸러 여기저기로 불려 다니고 회사에서도 요주의 직원으로 지목되는 좌절 끝에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져야 했다.

김씨는 "한창 나이인데도 앞길이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울산 바닥에서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진 신세가 된 것이다.

이듬해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다. 접시닦이라도 할 생각으로 배회하던 중 버지니아주 어느 시골마을의 통나무집 공사장에서 일거리를 찾게 됐다. 통나무집과의 첫 만남이었다.

김씨는 "금방 일에 재미가 붙으면서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인정을 받아 통나무집 건축의 전 과정을 실전 중심으로 배울 수 있었다.

86년 여름 1년여 만에 귀국해 울산에서 한국목조주택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전국에 걸쳐 통나무집 기술자가 열 손가락 미만일 때였다.

통나무집은 보통 국민소득 1만달러를 기준으로 보급이 본격화된다고 한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둔 국내에서도 자연친화형 주택이라는 통나무집의 장점이 알려져 수요가 계속 늘고 있었다.

6개월이 걸려 1채를 짓고 나면 다음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술을 더 깊이 배울 욕심으로 88년과 89년에는 캐나다 통나무학교와 일본 후지산 삼림지역으로 9개월씩 통나무집짓기 유학도 다녀왔다.

특히 목조주택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온돌 또는 보일러 난방을 할 때 통나무집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 지를 깊이 배울 수 있었다. 90년부터는 사업 근거지를 고향인 포항으로 옮겼다. 고향에 더 많은 통나무집을 퍼뜨리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김씨는 통나무집의 장점을 "사람의 몸과 마음에 자연과 같은 휴식을 주는 주거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나무가 숨을 쉬는 통나무집은 스스로 습도를 조절하고 열을 비축.방출해 인간에게 가장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진이나 화재에 강한 점도 큰 장점이다.

자신의 통나무집 사랑을 더 널리 퍼뜨리기 위해 97년 경주시 안강읍의 딱실못둑에 첫 통나무집학교를 열었다.

외환위기를 넘긴 98년부터 2003년까지는 칠곡 동명의 팔공산 자락으로 통나무학교를 옮겨 제자들을 길렀다.

통나무집학교는 1개월 과정의 프로반과 3개월 과정의 주말반으로 나눠 운영된다.

지난 6일 프로반을 수료한 원효(35)스님은 "내 손으로 부처님의 집을 지어 드리고 싶어 강원도 인제에서 이곳까지 찾아 왔다"고 말했다.

통나무집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반인의 관심도 의외로 크다고 한다. 김씨는 "지역의 자치단체장 중에서도 주말반 과정을 수료한 분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수강료는 원목비 등을 포함, 1과정에 88만원이지만 기술이 부족해 더 배우려고 할 때는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울통나무집학교에서는 180여명의 기술자를 배출했다. 그 중에는 통나무집의 본고장인 일본.뉴질랜드로 진출한 사람들도 있다. 김씨는 "캐나다.뉴질랜드로 이민을 갈 때 통나무집을 지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는 통나무집 기술을 밑천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평화의 집짓기' 운동도 시작했다.

목조주택을 지어 소년가장 등 어려운 이웃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아직은 후원자가 많지 않아 포항.경주지역 20여채의 홀로노인 집을 수리한데 그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주위의 도움을 얻어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 20여년동안 김씨가 직접 주문을 받거나 공사에 참가해 지은 통나무집은 이제 전국에 200여채에 이른다. 김씨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통나무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눠 누리기 위해 좀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54-762-3758.

정기환 기자 <einbau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 통나무집 종류=통나무집 짓기는 먼 옛날부터 세계 각처에서 자생적으로 발전돼 왔다. 그러나 콘크리트.벽돌 등 건축자재의 개발로 대부분 지역에서 단절되고 산림이 풍부한 북유럽과 북미지역에서만 이어져 왔다.

통나무집은 작업 방식에 따라 기계식과 수공식으로 나눌 수 있다.

기계식은 전기톱 등 원목가공 기계를 사용해 규격에 맞게 가공한 목재를 조립해 건축하는 방법이다. 기계식 통나무집은 북유럽 지역에서 특히 발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자연휴양림의 방갈로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수공식은 대형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원목의 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전 과정을 개인 공구를 이용해 집을 짓는 핸드메이드 건축이다. 수공식에서는 특히 구조물을 유지해 주는 노치(Notch:통나무끼리 만나는 부분을 가공하는 작업) 부분의 가공기술이 중요하다.

수공식은 다시 통나무를 수평으로 쌓아서 벽체를 구성하는 수평조적 방식과 전통 한옥처럼 보.도리 같은 주요 구조체만 통나무로 만드는 통나무 목구조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수공식은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자연미를 돋보이게 할 수 있고 구조가 보다 튼튼한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지붕의 처마 높이까지는 수공식으로 하고, 상부는 기계식으로 건축하는 혼합 구조가 많이 쓰이고 있다. 



Posted by 탑스미네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