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재테크

렌트푸어로 힘겨운 초반 하우스푸어 궁핍한 후반

탑스미네랄 2014. 11. 20. 10:54

국민일보





서울 송파구에 사는 결혼 5년차 장혜원(가명·31·)씨 부부는 2년 뒤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두 사람 월급을 합하면 7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지금 사는 빌라 전세를 구하느라 9500만원을 빌렸고보증금 올려주느라 1000만원을 더 빌렸다집을 사려면 1억원쯤 더 필요하다다시 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렌트푸어'로 신혼살림을 차린 장씨 부부는 이제 '하우스푸어'를 향해 가고 있다.


정치권이 ‘신혼부부 집 한 채’ 논란에 시끄럽지만 정작 신혼부부들은 별 관심이 없는 눈치다장씨는 19일 “어차피 정부가 해주는 게 없을 테니 말잔치에 신경 쓸 필요를 못 느낀다애 키우고일하고대출 갚고다시 대출 받을 준비 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한국 신혼부부의 집 장만은 출산·육아 변수까지 얽혀 있는 ‘고차방정식’이다장씨의 ‘내 집 마련’ 계획으로 살펴본 신혼부부의 고충은 이렇다.

장씨네는 2010년 10월 서울 석촌동에 방 2개인 17평 빌라를 전세 11500만원에 구했다모은 돈은 2000만원대출은 9500만원이었다출산 후 육아에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으려면 이렇게 빚을 내서라도 친정 근처에 집을 얻어야 했다.

2년 뒤 집주인은 전세금을 4000만원 올렸다그동안 모은 돈이 모조리 들어갔다오히려 1000만원이 부족해 친척에게 빌렸다재계약을 3개월 앞둔 지난 7월 집주인은 다시 2000만원을 더 불렀다이번엔 이사를 결심했다. 4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전세난이 절망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석촌동 ‘싱크홀’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장씨는 이를 “구원의 구멍”이라고 했다이 동네 부동산이 급격히 움츠러들자 집주인은 곧장 전세금 인상 없이 재계약을 제안했다장씨는 “아들 낳은 날 이후 가장 기뻤던 날”이라고 말했다.

장씨가 이렇게 좋아한 건 이사를 안 해도 돼서다세 살 아들이 송파동 어린이집에 다닌다. 1년 대기해 겨우 들어간 곳이라 바꾸고 싶지 않았다매일 오전 830분 아이를 맡기고 9시까지 출근한다아이는 오후 430분 일찍 퇴근하는 친정엄마가 집으로 데려오고장씨가 630분 친정엄마와 바통 터치를 한다이사하면 이 스케줄이 깨질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이다.

장씨네는 2016년 경기도 고양시 화정이나 파주시에 집을 사려고 계획 중이다예산은 3억원이고 1억원가량 신용대출을 생각하고 있다연고가 전혀 없는 경기도로 가는 건 오로지 ‘돈’ 때문이다서울에서 3억원으론 20평 아파트를 살 수 없다아이가 더 크면 조금 넓은 집에서 전세 걱정 없이 살고 싶어 이 계획을 세웠다.

그러느라 둘째 출산은 포기했다장씨는 “친정엄마 곁을 떠나야 할 상황에서 둘째는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직장도 관둬야 한다파주에서 서초동까지 출근하며 애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그는 “20대에 열정 쏟은 직장을 그만두는 게 속상하지만 집도 사고 애도 키우려면 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신혼부부 절반은 전세로, 4쌍 중 1쌍은 월세로 시작한다(23.8%).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이 비율이 더 높아진다.

문수정 기자 thurs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