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날리지

[급부상하는 핀테크의 세계 ①] IT, 금융으로 진격하다

탑스미네랄 2014. 11. 21. 17:28

[급부상하는 핀테크의 세계①] IT, 금융으로 진격하다

애플페이, 알리페이



[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부][애플페이, 알리페이, 구글월렛 등 IT진영 금융 서비스 진입 본격화…핀테크 스타트업도 급증]

기술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핀테크'(fintech)의 시대가 열렸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폭넓은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지급결제, 송금,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뛰어든 가운데 '뱅크월렛카카오'와 '애플페이'가 금융과 IT를 결합시킨 핀테크의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금융생활은 물론 금융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폭발력을 지닌 IT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 진출과 이에 따른 금융 시장의 변화, 기존 금융사들의 대응 등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핀테크 현장을 분석하고 미래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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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 진출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구글이 2011년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 '구글 월렛'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이메일 기반의 송금 서비스를 추가했다. 2012년 전자지갑 서비스 '패스북'을 출시한 애플은 최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발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존도 지난 6월 전자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페이먼트'를 선보였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 IT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공세도 눈에 띈다. 중국을 대표하는 3대 IT 기업인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텐센트, 검색 서비스 기업 바이두가 지급 결제는 물론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소액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민영은행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짧은 금융 업력임에도 대체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 사례가 이베이의 '페이팔'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로 자리 잡은 페이팔은 지난해 매출 66억 달러를 올리면서 전 세계 온라인쇼핑 결제액의 18%를 처리했다. 지난해 페이팔의 고객 수는 1억4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IT 기업들이 단기간에 거둔 성과도 눈부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전용 MMF인 '위어바오'는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8000만 명, 수탁금 83조 원을 달성했다. 이러한 수탁금은 중국 1위, 세계 4위 규모다.

핀테크 대열의 또 다른 축은 스타트업 출신들이 맡고 있다. 하루 평균 100만 달러 규모의 유로, 파운드, 달러 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는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페이스북 등을 통해 200개에 가까운 국가에 대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지모(Azimo), P2P 대출을 중개하는 조파(Zopa) 등 영국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편하고 빠른 서비스, 낮은 수수료 등을 앞세워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액센츄어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08년 9억3000만 달러에서 2013년 29억7000만 달러로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연평균 31%의 증가율을 보임으로써 다른 분야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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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활용해 간편하고 쉬운 서비스 제공

최근 금융권과 IT 업계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용어가 '핀테크'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 핀테크는 결제,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 서비스 관련 정보통신(IT) 기술을 의미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핀테크를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운용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모든 기술 과정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금융 경영연구소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 제공 분야 기업이 핀테크 기업이라며, 결제, 송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를 도모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한 금융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IT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의 진화는 이미 큰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움직임이 최근 핀테크라는 용어로 수렴되고,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 진출 및 애플의 애플 페이 발표 등 세인의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기송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에도 IT에 입각한 금융 서비스의 변화가 있어 왔고, 이는 비금융사와 금융사 모두 추진해 온 일"이라면서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핀테크라는 용어로 집약되면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강점 기반, 금융장벽 넘는다

현재 핀테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IT 기업들로, 3~4년 전부터 이들의 금융 서비스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렌드가 폭넓은 사용자 접점과 앞선 IT 기술 적용 경험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꾀해야 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자연스러운 전략 선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윤정 KDB산업은행 조사분석부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터넷 서비스 등에만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통, 헬스케어,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금융 서비스"라고 전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또 IT 기업들이 다소 짧은 시간에 성과를 올리는 것은 기존의 금융사들과 차별화한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모바일 영역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IT 기업의 강점은 특히 모바일 영역에서 사용자들과 접점 요인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모바일은 PC 웹에 비해서도 접근시간, 이용횟수, 이용 편리성에서 앞서 있다"고 부연했다.

금융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IT 기업들의 또 다른 차별성은 낮은 수수료 등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한 혜택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글로벌 IT 기업의 경우 금융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원인 데다 신규 사용자층을 확보해 또 다른 사업으로 진출하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어 전략상 수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IT 기술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대출 심사 때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 부실 사고 위험을 줄이는 것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시장인 자회사 타오바오에서 거래하는 중국 사업자 40만 명에게 소액대출 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 심사 때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내 거래량, 재구매율, 만족도, 판매자·구매자 간 대화 이력, 구매 후기, SNS·포털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신청자의 대출 상환 능력 및 의지를 정량 도출하고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중소기업 대출 부실률은 1% 미만으로, 중국 은행권의 평균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또 주로 금융 거래 때 사용자들(송금의 경우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있는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대폭 줄임으로써 간편함과 함께 서비스 이용에 걸리는 시간까지 크게 단축시키는 등 사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사용자와 사용자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많은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기존의 금융사보다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여지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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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활용, 데이터 분석 등 모델 다양

핀테크의 업력이 점차 쌓이면서 서비스 모델이 다양해지고 있다.

대중 성격이 가장 짙은 핀테크 활용 금융 서비스는 지급 결제와 송금 서비스다. 이 분야에서는 최근 이용자에게 더 큰 편리함을 제공하는 기발한 모델들이 출현하고 있다.

우리금융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HSBC 등 여러 은행과 제휴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잽'(Zapp)은 이름, 카드, CVV 번호, 유효기간 등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비밀번호만으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결제 단계가 최고 60%나 단축되고, 소요 시간도 3분의 1로 줄어든다.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9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포토페이'(PhotoPay)의 경우 사진 스캔만으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포토페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영수증 사진을 찍으면 계좌명·번호·금액 등이 스캔되고, 결제 버튼을 누르면 자동 결제된다.

핀테크 서비스 대상도 전자지갑, 지급결제, 송금 위주에서 대출, 투자, 자산관리 등으로 폭을 넓히고 있다.

영국의 온라인 자산운용사 넛메그(Nutmeg)는 소액투자자를 타깃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 위한 최소 투자금액이 1000파운드로 기존의 투자운용사(25 만 파운드)나 투자자문사(5만 파운드)보다 크게 낮다. 포트폴리오 구성 수수료와 운용 수수료 역시 저렴하고, 운용 상황 모니터링 서비스로 투명성을 높였다.

온라인 크라우드 펀드 시더스(Seedrs)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초기 벤처에 대한 투자자를 모집한다. 최소 투자금액은 10파운드다. 지난 5월 말까지 100건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완료했다.

P2P 대출 서비스 기업인 조파는 많은 대출자가 대출금액, 이자율을 제시하면 이를 조합해 차입자의 요구에 맞는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출자에게는 평균 4.9%의 이자율을, 차입자에게는 평균 5.6%의 이자율을 각각 적용하는 등 모두 영국 시중은행 조건보다 유리하다.

모바일 전용 은행 등장

해외에서는 기존 금융사들도 온라인 비대면 거래 트렌드에 어울리는 신규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핀테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에 설립된 독일의 피도르(Fidor) 은행은 IT를 접목한 온라인 은행으로, 고객이 프로슈머(Prosumer,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은행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은행의 신상품 아이디어, 상품 평가, 재테크 상담 등에 관한 고객 글이 대거 게재돼 있는 가운데, 고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질문하면 10센트, 조언할 경우 25센트를 각각 준다. 제안된 고객의 상품이 선정되면 100유로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신규 고객은 페이스북 커넥트를 이용해 계좌를 신청할 수 있고, 페이스북 계정의 '좋아요' 클릭 수가 1000회 늘어날 때마다 예금금리도 0.1%p 상승하는 등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가 지난해 개설한 모바일 전용 은행 헬로뱅크는 서비스 일체를 모바일에서 제공하고 있다. 계좌번호 대신 휴대전화 번호나 QR코드를 사용하고, 트위터로 고객 불편에 빠르게 대응한다.

영국의 바클레이즈는 전화번호와 QR코드 등으로 송금 및 결제를 할 수 있는 '핑잇'(Pingit)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메신저 화면처럼 사용자 경험(UI)을 구성해 편의성을 높였다.

해외 금융사들은 또 최근 유망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거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스페인의 BBVA는 최근 미국 온라인 은행 심플을 1억2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미국의 금융그룹 캐피털원은 네덜란드의 온라인 은행 ING다이렉트를 인수했다. 또 바클레이즈는 10개 핀테크 기업을 선정,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는 시작 단계, 규제 완화가 관건

이처럼 다양한 금융 서비스 모델이 쏟아지고 있는 해외에 비해 국내의 핀테크 적용은 매우 늦은 편이다. 현재 국내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는 것은 전자지갑 분야다.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모두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전자지갑 서비스는 아직까지 멤버십 포인트나 신용카드 포인트 관리 등에 주로 이용되고 있고, 결제 기능 활용도는 크게 낮은 편이다. 또 IT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은행과 연계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일부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이용자 수나 다양성 면에서 규모가 매우 미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카카오톡 기반 송금 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는 이 서비스는 50만원 한도의 현금 충전을 한 뒤 친구 1인당 하루 최대 10만원을 송금할 수 있고, 근거리무선통신망(NFC) 기반의 결제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사한 서비스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3000만 명이 넘는 국내 사용자 기반을 쌓고 있다는 점에서 빠른 성장세를 점치는 쪽이 있는 반면에 금융 기관과의 제휴에 기반을 둔 서비스로 이용 범위 제한 등 한계가 있어 성장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다소 부정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비게이션 앱 '국민내비 김기사' 개발 기업 록앤올의 정광현 이사는 "우리의 주 고객인 30~40대 남자가 IT에 익숙할 것 같으면서도 결제에는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것이 (서비스 확대에) 큰 벽이 되고 있다"면서 "뱅크월렛카카오 등은 이를 쉽게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성공을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 또 다른 변수

한국의 IT 기술력이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핀테크가 활성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비금융사가 금융 서비스를 독자로 하기 어렵게 하는 금융 규제 장벽이다. 신용카드 정보 저장을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업자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규정해 비금융사가 단독으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하고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일본은 비금융기관의 금융업 진출을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 역시 IT 기업 등 비금융사의 금융업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유럽은 패스포팅(passporting) 규정에 따라 유럽연합(EU)의 한 국가에서 금융업을 허가하면 EU 전체에서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환경을 감안하면 우리의 금융 규제도 점차 풀릴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국경 없는 해외 IT 기업 금융 서비스의 국내 진입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핀테크 기반 서비스 이용자가 점차 늘어날수록 제약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윤정 선임연구원은 "국내는 비교 선진국보다 금융 규제가 높은 편으로, 속도는 늦지만 점차 규제가 풀리는 쪽으로 갈 것"이라면서 "특히 뱅크월렛카카오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제약 때문에 불편하다는 말이 계속 나오면 규제가 풀리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앞선 IT 기술력에도 이를 체계화, 정형화해 혁신 서비스 개발 활용에 약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핀테크 시장 확대의 또 다른 변수는 특히 국내에서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보안 문제다. 비금융사의 신뢰 수준이 금융사보다 낮고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보안 투자 규모가 해외 선진국 기업보다 크게 작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얼마 전 문제 된 대규모 정보 유출 등 보안 사고가 발생한다면 핀테크 시장 확대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동식 기자

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부